써큘레이터 앞에 앉으면 안 시원한 게 정상입니다
써큘레이터를 사서 앞에 앉아 봤는데 별로 안 시원하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불량이 아닙니다. 그렇게 쓰는 물건이 아니라서 그래요.
이름부터가 순환기(circulator)입니다. 바람을 쐬어 주는 기계가 아니라 공기를 돌리는 기계라는 뜻이죠. 이 한 줄만 잡고 있어도 고를 때와 놓을 때 헷갈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써큘레이터는 사람 시원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닙니다
모터에 날개를 달아 바람을 만든다는 점은 선풍기와 같습니다. 갈리는 건 설계 목적이에요.
선풍기는 여러 사람에게 옅은 바람을 넓게 뿌리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날개 면적이 넓고 각도가 완만하죠. 써큘레이터는 반대입니다. 날개 개수와 각도를 조정하고 원통형 틀로 바람을 모아서, 좁고 곧게 멀리 쏘아 보냅니다. 선풍기 바람이 앞쪽 몇 미터에서 흩어지는 데 비해 써큘레이터 바람은 십수 미터까지 형태를 유지합니다.
목적이 다르니 결과도 다릅니다. 선풍기는 내 피부에 닿는 바람을 만들고, 써큘레이터는 방 전체의 공기를 섞습니다. 앞에 앉아 있으면 시원하기는커녕 압박감만 느껴지는 게 정상이에요. 애초에 사람이 직접 맞을 일이 없다고 보고 만든 바람이니까요.
그래서 "선풍기 대신 써큘레이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둘은 대체재가 아닙니다.
혼자 틀면 손해입니다, 에어컨과 짝이어야 해요
써큘레이터가 제값을 하는 건 에어컨을 켰을 때입니다. 찬 공기는 무거워서 바닥에 깔립니다. 발은 시린데 얼굴은 더운 상태, 겪어 보셨을 겁니다. 이 층을 흔들어 섞는 게 써큘레이터의 일이에요.
방향은 사람이 아니라 공간을 향합니다. 여름에는 바닥에 고인 찬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도록 천장 쪽으로 각도를 주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거실 냉기를 방으로 보내고 싶다면 방문 앞처럼 바람이 도착해야 할 지점 가까이 두는 게 낫습니다. 에어컨 바로 앞에 두는 것보다요.
공기가 고르게 섞이면 설정 온도를 조금 올려도 체감이 유지됩니다. 그만큼 냉방 전기요금이 줄어드는데, 20% 안팎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 흔합니다. 다만 방 구조와 에어컨 위치에 따라 편차가 크니 숫자 자체보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환기에도 씁니다. 이때는 창문 쪽을 향해 바깥으로 밀어내는 배치가 기본이에요. 안쪽으로 부는 것보다 실내 공기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창이 하나뿐인 방이라면 문을 열어 두고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게 만들어 주세요. 공기가 들어올 자리가 없으면 나가지도 않습니다.
사기 전에 알아둘 단점 두 가지
첫째, 시끄럽습니다. 바람을 모아서 세게 밀어내는 구조라 같은 풍량이면 선풍기보다 소리가 큽니다. 침실에서 밤새 돌릴 계획이라면 최대 풍량이 아니라 약풍에서 얼마나 조용한지를 봐야 합니다.
둘째, 관리가 필요합니다. 뒤쪽 흡입구에 먼지가 끼면 소음이 커지고 풍량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주기적으로 털어 주세요. 그리고 몸체가 통째로 회전하는 저가 제품에서는 전원 코드가 반복해서 꺾이며 마모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코드가 눌리거나 감기지 않게 놓고, 피복이 상한 게 보이면 그냥 쓰지 마세요.
자주 묻는 질문
써큘레이터만 사면 선풍기는 필요 없나요?
필요합니다. 써큘레이터는 공기를 순환시키는 물건이라 몸에 직접 쐬는 용도로는 불편합니다. 피부에 닿는 시원한 바람이 목적이면 선풍기가 맞습니다.
에어컨 없이 써큘레이터만 틀면 시원해지나요?
실내 공기가 이미 더우면 그 더운 공기를 섞을 뿐입니다. 온도를 낮추는 기능은 없어요.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공기를 빼내는 환기 용도로는 쓸 만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두는 게 맞나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을 향하게 둡니다. 여름에는 천장 쪽으로 각도를 주어 바닥의 찬 공기를 올리고, 다른 방으로 냉기를 보내려면 그 방 입구 가까이에 두세요.
겨울에도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습니다. 난방을 켜면 더운 공기가 천장에 뜨는데, 이걸 아래로 내려 섞어 주면 방이 고르게 데워집니다. 원리는 여름과 같고 방향만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출처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