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머신 19바 의미 | 그 숫자로 기기를 고르면 안 됩니다

캡슐커피머신 상세페이지를 열면 스펙표 맨 윗줄에 거의 예외 없이 19바가 적혀 있습니다. 옆 제품은 15바라고 써 있고요. 숫자만 놓고 보면 19쪽이 좋아 보이죠. 그런데 그 값은 커피가 실제로 받는 압력이 아닙니다.

19바는 펌프가 낼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캡슐커피머신 19바 — 19바는 펌프가 낼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의 기준 압력은 오래전부터 9바였습니다. 대단한 과학적 근거로 정해진 값은 아닙니다. 1946년 아킬레 가지아가 만든 레버식 머신에서 피스톤과 레버 크기, 그리고 사람이 팔로 눌러 낼 수 있는 힘의 한계가 맞물려 우연히 9바 근처가 나왔습니다. 1961년 파에마가 펌프식 E61을 내놓으면서 그 값을 별다른 검증 없이 그대로 따라갔고, 그게 지금까지 표준으로 남았습니다.

그럼 19바는 뭘까요. 펌프의 정격 출력입니다. 최대 이만큼 밀 수 있다는 뜻이지, 커피 가루에 19바가 걸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기 안에는 과압 밸브(OPV)가 들어 있어서 추출부로 나가는 압력을 9바 부근으로 흘려보냅니다. 클라이브 커피는 이 대목을 두고 15바조차 에스프레소를 뽑기에는 너무 높은 압력이라고 못박습니다.

펌프 정격을 넉넉하게 잡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배관 저항과 부품 마모를 감안해도 추출이 끝날 때까지 9바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 여유분을 스펙표에 적어 둔 것뿐입니다. 마케팅에서 성능처럼 보이게 쓰였을 뿐이고요.

캡슐머신은 압력을 캡슐이 정합니다

돌체구스토 지니오S 베이직 캡슐 커피머신

돌체구스토 지니오S 베이직 캡슐 커피머신

돌체구스토 캡슐을 쓰는 기종입니다. 본문에서 짚은 대로 바 숫자보다는 추출량 조절이 되는지, 쓰시려는 캡슐 규격과 맞는지를 먼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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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캡슐머신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반자동 머신은 원두 분쇄도를 바꾸고 탬핑 세기를 바꿔서 사용자가 저항을 조절합니다. 물이 통과하기 어려워질수록 압력이 올라가죠. 캡슐머신에는 그 조절이 아예 없습니다. 캡슐 안에는 정해진 굵기로 갈린 원두가 정해진 양만큼 들어 있고, 추출 중에 뚫리는 구멍 크기까지 제조사가 설계해 둡니다.

그러니까 A 기기가 19바고 B 기기가 15바여도, 같은 캡슐을 물리면 커피가 겪는 조건은 대체로 비슷해집니다. 바 숫자로 캡슐머신 두 대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비교표에서 그 줄은 지우고 봐도 됩니다.

그럼 무엇을 보고 고르나

잔 맛과 쓰는 느낌을 실제로 가르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물 온도가 얼마나 버티는가. 저가형은 첫 잔과 세 번째 잔의 온도가 눈에 띄게 다릅니다. 예열이 얼마나 빠른지, 연달아 뽑을 때 온도가 유지되는지가 여기 걸립니다. 리뷰에서 "두 번째 잔부터 미지근하다"는 말이 나오는 기종은 이 부분이 약한 겁니다.

추출량을 내가 정할 수 있는가. 버튼 두 개짜리 모델은 정해진 양만 나옵니다. 길게 눌러 원하는 지점에서 멈추고 그 값을 기억하는 기종이 훨씬 편합니다. 같은 캡슐로 진하게도 연하게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어떤 캡슐이 들어가는가. 장기 비용은 사실상 여기서 결정됩니다. 정품 캡슐만 물리는 폐쇄형이면 잔당 단가가 고정되고, 호환 캡슐을 받는 규격이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기기값 차이보다 이쪽이 훨씬 큽니다.

물탱크 용량과 소음도 봅니다. 아침마다 물 채우는 게 은근히 귀찮고, 원룸에서는 펌프 소리가 생각보다 큽니다.

캡슐이냐 전자동이냐는 잔 수로 갈립니다

전자동 커피머신은 원두를 통째로 넣으면 안에서 갈아 그대로 뽑습니다. 기기값이 캡슐머신보다 몇 배 비쌉니다. 대신 잔당 재료비는 원두값이라 캡슐보다 확실히 쌉니다.

손익분기는 하루에 몇 잔 마시느냐입니다. 주말에 한두 잔 정도면 기기값을 회수할 일이 없으니 캡슐이 낫습니다. 매일 서너 잔씩 마시는 집이라면 계산이 뒤집히고요. 원두를 직접 다루면 관리할 게 늘어나는 대신, 마음에 드는 원두를 그대로 집에 들일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중간 지점이 반자동입니다. 손은 제일 많이 가지만 조절 폭이 제일 넓습니다.

몇 달 지나 맛이 밍밍해졌다면

기기가 상한 게 아니라 물때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일러와 배관에 스케일이 쌓이면 물길이 좁아지고, 커피에 실제로 닿는 압력과 유량이 처음과 달라집니다. 온도도 같이 떨어지고요. 19바짜리 펌프를 달아 놨어도 이 지점에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디스케일링 주기는 설명서에 적힌 대로 따르되, 물이 센 지역이면 더 자주 해야 합니다. 정수를 넣어 쓰면 주기가 길어집니다. 맛이 변했다는 이유로 새 기기를 알아보기 전에 이것부터 한 번 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19바 제품이 15바 제품보다 커피가 진한가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둘 다 펌프 정격이고, 추출부에 걸리는 압력은 과압 밸브가 9바 부근으로 낮춥니다. 진하기는 캡슐에 들어 있는 원두 양과 뽑아내는 물의 양이 결정합니다.

호환 캡슐을 써도 괜찮나요?

규격이 맞으면 대체로 들어갑니다. 다만 제조사가 보증 범위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어 구매 전 해당 기종의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캡슐머신도 예열이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전원을 켜고 바로 뽑으면 물 온도가 덜 오른 상태로 나옵니다. 캡슐 없이 물만 한 번 흘려 보내면 추출부와 잔이 같이 데워져서 첫 잔 온도가 달라집니다.

디스케일링을 계속 미루면 어떻게 되나요?

물길이 좁아지면서 유량이 줄고 온도가 떨어집니다. 추출 시간이 늘어지거나 물이 잘 안 나오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방치하면 펌프에 부담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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