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햇빛가리개 효과 | 20도 낮아진다는 말의 진짜 뜻

올여름 더위가 유난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엘니뇨 영향으로 태풍마저 비껴간다는 분석까지 붙었고요.

그래서 차에 햇빛가리개를 하나 들이려고 검색해 보면 이런 문구를 만납니다. 실내 온도 20~30도 down.

솔직히 좀 이상하지 않나요. 30도 낮아지면 바깥이 35도일 때 차 안이 5도가 된다는 말인데요.

92도라는 숫자부터 정리하고 갑시다

자동차 햇빛가리개 효과 — 92도라는 숫자부터 정리하고 갑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측한 자료가 있습니다. 기온 35도가 네 시간 이어졌을 때 밀폐된 차량의 앞유리 부근 실내 온도는 9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뒷유리 쪽은 78도, 조수석과 뒷좌석은 62도였고요. 같은 조건에서 창문을 조금 열어 둔 차량은 실내가 약 5도, 대시보드가 약 6도 낮게 나왔습니다.

여기서 벌써 갈라지는 게 있습니다. 92도는 앞유리 바로 안쪽이고 뒷좌석은 62도예요. 한 차 안에서도 30도가 차이 납니다. "차 안 온도"라는 말이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는 뜻이죠.

표면으로 가면 더 벌어집니다. 기온 34도에서 검은색 차량 대시보드 표면은 10분 만에 85.5도까지 올랐다는 측정이 있습니다. 흰색 차량도 73.7도였고요. 차체 패널만 비교해도 검은 차 65도, 흰 차 44도로 20도 넘게 벌어집니다.

공기 온도와 표면 온도는 다른 숫자입니다. 이걸 붙잡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20도 낮아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무엇이 낮아지는지가 빠져 있어요

아엘론 쿨쉴드 전차종호환 원터치 차량용 햇빛가리개 앞유리 자동차

아엘론 쿨쉴드 전차종호환 원터치 차량용 햇빛가리개 앞유리 자동차

앞유리에 대는 원터치 방식 가리개입니다. 전차종 호환을 내세우고 있는데, 본문에서 말한 대로 앞유리 폭과 기울기는 차종마다 달라서 상세페이지의 가로·세로 치수를 내 차와 맞춰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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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단체 ADAC가 한낮에 차를 세워 두고 30분과 90분 시점을 잰 실험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 차는 30분에 50도, 90분에 60도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에 각각 다른 방법을 써 봤더니 이렇게 나왔어요.

  • 차 밖에 씌우는 하프 커버 — 43도 (약 10도 감소)
  • 차 밖에 붙이는 반사 필름 — 45도 (약 8도 감소)
  • 차 안에 대는 아코디언식 가리개 — 49도 (약 4도 감소)

우리가 흔히 사는 실내용 가리개는 4도입니다. 20도가 아니라요.

그런데 같은 실험에서 다른 숫자가 하나 더 나옵니다. 실내용 가리개를 썼을 때 스티어링 휠 표면 온도가 최대 26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직사광선을 받은 대시보드와 핸들, 기어노브는 70도를 넘겨 화상 위험 수준까지 가는데, 가리개가 그걸 막아 준 겁니다.

판매 페이지에 붙는 "20~30도"는 여기서 온 숫자로 보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에요. 다만 그건 핸들 표면 이야기지 차 안 공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두 숫자를 섞어 놓으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공기 쪽으로 읽죠.

그래서 실내용 가리개는 무엇을 해 주나

차 안 공기를 시원하게 만드는 물건이 아닙니다. 손으로 만지는 것들을 덜 뜨겁게 만드는 물건이에요.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체감이 큽니다. 여름에 차 문을 열고 핸들을 잡았다가 손을 떼 본 적 있으실 겁니다. 기어노브도 마찬가지고요. 아이 카시트 버클이 뜨거워서 만지지 못하는 상황도 흔합니다. 이건 공기 4도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표면 70도의 문제예요.

공기 온도를 정말 낮추고 싶으면 답은 밖에 있습니다. ADAC 실험에서 상위 둘은 전부 차 외부에 씌우는 방식이었어요. 다만 매번 씌우고 벗기고 보관하는 수고가 따르고, 주차장 사정에 따라 현실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건 여전히 그늘입니다. 지하 주차장 한 층 더 내려가는 게 어떤 가리개보다 낫습니다.

범용 사이즈가 안 맞는 이유

가리개를 사고 나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크기입니다.

앞유리는 차종마다 폭도 다르고 기울기도 다릅니다. 세단과 SUV, 미니밴은 유리 면적 자체가 다르고요. 그래서 "대부분 차종 호환"이라고 적힌 범용 제품을 사면 위나 옆이 한 뼘씩 뜹니다. 그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정확히 대시보드에 꽂히고요.

이 물건의 쓸모가 애초에 표면 온도를 지키는 것인데, 틈이 생기면 그 쓸모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차종 이름을 붙인 제품이 따로 팔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검색어만 봐도 특정 모델명을 함께 치는 사람이 많아요. 범용을 샀다가 실패해 본 사람들이 그렇게 검색하는 겁니다.

사기 전에 앞유리 폭과 높이를 줄자로 재 보세요. 상세페이지에 가로·세로 치수가 없는 제품은 거르는 편이 낫습니다. 룸미러 자리를 파낸 컷아웃이 있는지, 선바이저를 내려 고정하는 방식인지도 함께 보시고요.

자주 묻는 질문

햇빛가리개를 하면 에어컨이 빨리 시원해지나요

차 안 공기 자체는 4도 정도 차이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시보드와 시트 표면이 덜 달궈져 있으면 그 열이 공기로 다시 나오는 양이 줄어듭니다. 출발 직후 창문을 잠깐 열어 뜨거운 공기를 빼내는 게 그보다 효과가 큽니다.

앞유리만 가려도 의미가 있나요

앞유리가 면적이 가장 넓고 기울기 때문에 햇빛을 정면으로 받습니다. 실내 온도도 앞유리 부근이 가장 높게 측정됩니다. 한 장만 쓴다면 앞유리가 맞습니다.

썬팅이 진하면 가리개는 필요 없나요

둘은 막는 대상이 조금 다릅니다. 앞유리 썬팅은 법상 가시광선 투과율 제한이 있어 측면만큼 진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썬팅을 했더라도 장시간 야외 주차라면 가리개가 표면 온도 쪽에서 역할을 합니다.

은박 코팅과 원단 중 어느 쪽이 낫나요

반사면이 밖을 향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면 은박 쪽이 복사열 차단에 유리합니다. 다만 실제 성능은 코팅 종류보다 유리를 얼마나 빈틈없이 덮느냐에 더 좌우됩니다. 소재를 고민하기 전에 치수부터 맞추세요.

차량 온도계 숫자를 믿어도 되나요

차량 외기온 센서는 도로 복사열의 영향을 받아 실제 기온보다 높게 표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행 직후보다 잠시 달린 뒤의 값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내용 가리개는 차 안을 시원하게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핸들을 잡을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입니다. 그 기준으로 고르면 광고 문구에 흔들릴 일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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