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성 샴푸 pH 기준 | 전성분 앞 세 줄이 더 중요합니다
샴푸 뒷면의 전성분표를 보면 스무 줄 넘게 이어집니다. 읽으라고 만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 목록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 규칙만 알면 앞의 서너 줄로 그 제품의 성격이 거의 드러납니다.
전성분은 많은 순서대로 적혀 있습니다
화장품 전성분은 함량이 많은 것부터 적는 게 원칙입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도 화장품으로 분류되니 같은 규칙을 따릅니다.
여기에 예외가 하나 있어요. 1% 이하로 들어간 성분과 착향제·착색제는 순서에 상관없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록 뒷부분은 순서에 의미가 없습니다. 뒤쪽에 좋아 보이는 추출물이 잔뜩 나열돼 있어도 그것들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앞부분은 정직합니다. 첫 줄은 거의 언제나 정제수입니다. 물이 가장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다음부터가 실제로 볼 값어치가 있는 자리입니다.
두 번째 줄이 그 제품의 정체입니다
물 다음에 오는 건 대체로 계면활성제입니다. 기름때를 물에 씻겨 나가게 만드는 성분이고, 세정제의 본체라고 봐도 됩니다. 향이나 추출물은 그 위에 얹는 것이고요.
이름이 길어서 어렵게 느껴지는데, 몇 가지 꼬리표만 알면 구분이 됩니다.
- ~설페이트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이 강합니다. 계면활성제 중 자극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코코일~ / ~글루타메이트 / ~글리시네이트 — 아미노산 계열입니다. 자극이 적고 세정력은 상대적으로 부드럽습니다
-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 보조로 흔히 함께 들어갑니다. 거품을 안정시키고 자극을 낮추는 역할입니다
제품을 뒤집어 두 번째 줄만 봐도 방향이 보입니다. 설페이트가 바로 나오면 세정력 위주, 코코일로 시작하는 이름이 나오면 순한 쪽을 지향한 제품입니다.
바디워시도 구조가 같습니다. 물 다음에 계면활성제가 오고, 그 종류가 사용감을 정합니다. 다만 몸은 두피보다 면적이 넓고 피지량이 적어서, 같은 성분이라도 건조함을 더 느끼기 쉽습니다.
약산성은 pH 이야기지 계면활성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깁니다. 약산성이라고 적혀 있으면 순한 제품이라고 읽게 되는데, 그 둘은 다른 축입니다.
건강한 두피는 pH 4.5~5.5 정도의 약산성입니다. 세정제가 이 범위에 가까우면 두피가 원래 갖고 있던 산도를 덜 흔듭니다. 그래서 약산성 표기는 의미가 있어요.
다만 pH가 낮다고 계면활성제가 순한 건 아닙니다. 산도를 맞추는 것과 어떤 세정 성분을 쓰는가는 따로 조절되는 값입니다. 약산성이면서 설페이트를 주력으로 쓴 제품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품은 pH 수치를 표기하지 않습니다. "약산성"이라는 말만 앞면에 적혀 있고 실제 값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pH 문구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전성분 앞부분을 함께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설페이트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에는 특정 성분을 두고 겁을 주는 글이 많습니다. 균형을 잡고 갈 필요가 있어요.
설페이트계가 자극도가 높은 편인 건 맞습니다. 다만 샴푸와 바디워시는 발라 두는 제품이 아니라 씻어내는 제품입니다. 피부에 닿아 있는 시간이 짧아요. 두피가 튼튼하고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면 세정력이 확실한 쪽이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바꿔야 할 신호는 성분표가 아니라 내 두피가 줍니다. 감고 나서 당기거나 가렵다, 각질이 늘었다, 저녁이면 다시 기름진다. 이런 변화가 있으면 계면활성제 계열을 바꿔 볼 만합니다.
반대로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면 성분표를 보고 굳이 갈아탈 이유는 없습니다. 순한 성분이 모든 사람에게 더 좋은 게 아니라, 세정력이 부족하면 두피에 피지가 남아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무설페이트 샴푸는 거품이 안 나던데 덜 씻긴 건가요
거품 양과 세정력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아미노산계는 거품이 적게 나는 편이라 덜 씻긴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두 번 나눠 감으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전성분 뒤쪽의 추출물은 의미가 없나요
1% 이하는 순서 표기 의무가 없어서 함량을 알 수 없다는 뜻이지,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은 양으로 작용하는 성분도 있습니다. 다만 앞면에 크게 내세운 성분이 목록 맨 뒤에 있다면 그 점은 감안하고 보세요.
바디워시와 샴푸를 바꿔 써도 되나요
급할 때 한 번 정도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두피는 피지가 많고 몸은 건조한 편이라 설계가 다릅니다. 계속 바꿔 쓰면 한쪽은 덜 씻기고 한쪽은 당기는 결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탈모 샴푸를 쓰면 머리가 나나요
국내에서 탈모 관련 문구를 쓸 수 있는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심사받은 것들인데, 그 범위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정도입니다. 치료제와는 다릅니다. 진행이 걱정되면 제품보다 진료를 먼저 보시는 게 맞습니다.
실리콘 성분은 나쁜가요
다이메티콘 같은 실리콘은 머리카락 표면을 감싸 부드럽게 만듭니다. 두피에 쌓이는 게 부담이라는 의견이 있어 무실리콘 제품이 나오는데, 헹굼이 충분하면 큰 문제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머릿결이 뻣뻣하면 실리콘이 든 쪽이 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전성분표에서 볼 곳은 많지 않습니다. 앞의 서너 줄, 그중에서도 물 다음 자리. 거기서 계면활성제 이름 하나만 확인하면 그 제품이 어떤 성격인지 대략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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