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타블렛 판타블렛 차이 | 비싼 쪽이 정답이 아닌 이유
예능에서 연예인이 취미로 그림 그리는 방을 공개하면 그날 검색어에 타블렛이 올라옵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지죠.
그런데 알아보기 시작하면 곧 벽에 부딪힙니다. 액정타블렛과 판타블렛, 두 종류가 나오는데 가격이 열 배 가까이 차이 나거든요. 비싼 쪽이 좋은 거겠지 싶다가도 선뜻 결제가 안 됩니다.
두 물건은 화면이 있냐 없냐로 갈립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판타블렛은 책상에 올려 두는 검은 판이에요. 화면이 없습니다. 펜으로 판을 그으면 모니터에 선이 그려집니다. 액정타블렛은 그 판 자리에 화면이 들어간 것입니다. 펜이 닿는 자리에 바로 선이 보이죠.
둘 다 펜의 위치와 누르는 힘을 읽어 컴퓨터에 보내는 장치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이고요. 타블렛 자체가 그림을 저장하거나 처리하지 않습니다. 태블릿PC와 이름은 비슷한데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판타블렛이 어려운 건 성능 때문이 아닙니다
와콤 인튜어스 소형 타블렛
화면 없이 책상에 두고 쓰는 입문용 판타블렛입니다. 소형은 손목 위주로 움직여 책상이 좁을 때 맞고, 팔 전체로 긋는 큰 선을 자주 그린다면 한 치수 위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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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블렛을 사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유는 늘 같아요. 손은 책상을 보고 눈은 모니터를 봅니다.
손이 움직이는 곳과 결과가 나타나는 곳이 떨어져 있는 상황을 뇌가 낯설어합니다. 자동차 후진할 때 사이드미러만 보고 핸들 꺾는 것과 비슷해요. 원리를 알아도 처음에는 손이 안 따라갑니다.
적응 자체는 됩니다. 몇 주 만에 익숙해졌다는 사람도 있고 몇 달 걸렸다는 사람도 있어요. 다만 그 기간에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손과 화면이 아직 연결되지 않아서인데, 본인은 재능 문제로 받아들이죠.
선을 길게 한 번에 긋는 작업에서 특히 티가 납니다. 여러 번 다시 그리게 되고요. 판타블렛의 성능이 나빠서가 아니라, 보는 곳과 그리는 곳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액정이 사는 건 편의지 실력이 아닙니다
액정타블렛은 그 적응 과정을 건너뛰게 해 줍니다. 펜 끝에 선이 바로 나오니까 종이에 그리던 감각이 거의 그대로 이어져요. 손의 각도나 속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릴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됩니다.
대신 값을 치릅니다.
화면이 들어갔으니 무겁고 큽니다. 작업 편의를 생각하면 16인치 이상, 넉넉하게는 22인치 이상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크기면 책상 하나를 통째로 내줘야 합니다. 화면에서 열이 나고, 그 열을 식히는 팬 소음이 따라옵니다. 손목이 화면에 오래 닿아 있으면 뜨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전원과 영상 케이블이 따로 필요해서 들고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화면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이어지니 목과 어깨에 부담이 갑니다. 종이에 그릴 때와 같은 문제죠.
완벽한 것도 아닙니다. 펜과 그림 사이에 유리 한 겹이 있어서, 정확히 펜 끝에서 선이 나오는 느낌과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사야 하나
정답은 없지만 갈림길은 명확합니다.
계속할지 확신이 없다면 판타블렛으로 시작하세요. 작은 제품은 몇만원대라 안 맞아도 손해가 적습니다. 나중에 액정으로 넘어갈 때도 판타블렛은 여전히 쓸모가 있어요. 가볍고 조용해서 노트북과 함께 들고 나가기 좋습니다.
이미 종이에 꾸준히 그려 온 분이거나 적응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면 액정 쪽이 맞습니다. 다만 책상 공간과 발열, 케이블을 감수하겠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림 실력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장비는 손과 화면 사이의 거리를 줄여 줄 뿐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태블릿PC로 그리면 안 되나요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에 드로잉 앱을 깔면 됩니다. 화면에 바로 그리니 액정타블렛과 비슷한 경험이고 휴대도 편해요. 다만 PC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쓰지는 못하고, 작업 파일을 컴퓨터와 주고받는 과정이 따로 필요합니다.
필압 단계 숫자가 높을수록 좋나요
요즘 나오는 제품은 입문용도 충분히 세밀합니다. 숫자가 두 배라고 그림이 두 배 좋아지지 않아요. 초보 단계에서 체감되는 차이는 필압 단계보다 펜의 무게나 그립감 쪽입니다.
판타블렛 크기는 큰 게 좋나요
큰 판은 팔 전체로 긋는 큰 선을 그리기 좋지만 자리를 많이 차지합니다. 작은 판은 손목만으로 움직여 세밀한 작업에 편하고요. 책상이 좁다면 중간 크기부터 써 보시는 편이 무난합니다.
펜은 충전해야 하나요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 배터리 없이 판에서 전력을 받는 방식이면 충전이 필요 없고, 펜 자체에 배터리가 든 제품은 충전하거나 건전지를 갈아야 합니다. 구매 전에 확인하세요.
취미로 시작하는 거라면 처음부터 큰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손과 눈이 따로 노는 그 어색함만 넘기면, 나머지는 그리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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