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라켓 고르는 법 | 성능의 절반은 러버가 정합니다
신유빈 선수가 WTT 요코하마에서 8강에 올랐습니다. 이런 경기가 중계되고 나면 동네 탁구장에 사람이 붑니다. 라켓을 알아보는 분도 늘고요.
그런데 검색해 보면 가격이 이상합니다. 2만원짜리도 있고 20만원짜리도 있어요. 겉보기엔 둘 다 그냥 탁구채인데요.
차이는 대부분 고무에 있습니다.
라켓은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탁구 라켓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나무판인 블레이드, 그리고 그 양면에 붙이는 러버 두 장입니다. 러버는 접착제로 붙였다 떼는 물건이에요. 못이나 나사로 고정된 게 아닙니다.
그래서 탁구용품점에 가면 블레이드와 러버를 따로 팝니다. 손님이 고르면 그 자리에서 붙여 주고요. 라켓 하나를 산다는 건 사실 부품 세 개를 조합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공이 라켓에 닿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회전을 걸고 튕겨 내는 일을 하는 건 나무가 아니라 표면의 고무예요. 블레이드는 그 힘을 받쳐 주고 손에 전달되는 감각을 만듭니다. 둘 다 중요하지만, 공에 직접 작용하는 쪽은 러버입니다.
가격이 벌어지는 것도 여기서입니다. 러버 한 장이 블레이드보다 비싼 경우가 흔해요.
러버는 부품이 아니라 소모품입니다
니타쿠 파스탁G-1 특후 탁구러버
라켓에 붙이는 러버 단품입니다. 상품명의 '특후'는 스펀지 두께 등급 표기인데, 본문에서 말한 대로 두꺼울수록 반발이 커지는 대신 컨트롤은 어려워집니다. 블레이드가 이미 있어야 쓸 수 있으니 두께 표기와 함께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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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초보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입니다. 러버는 타이어나 운동화 밑창처럼 닳아 없어지는 물건이에요.
제조사인 버터플라이가 공개한 교체 기준을 보면 연습량에 따라 이렇게 갈립니다.
- 하루 1~2시간 — 약 3~4개월
- 하루 2~3시간 — 약 2~3개월
- 하루 3~4시간 — 약 1~2개월
주 1회 취미로 치는 분이라면 훨씬 길게 쓰실 수 있습니다. 다만 안 쳐도 시간이 지나면 고무가 서서히 굳습니다. 서랍에 넣어 둔 라켓이 몇 년 뒤에 그대로일 거라고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바꿀 때가 됐는지는 표면으로 압니다. 평면 러버는 표면의 걸림이 약해지고 윤기가 사라져 하얗게 뜹니다. 돌기가 밖으로 나온 돌출 러버는 핌플이 부러지기 시작하고 색이 변합니다.
수명이 다한 러버는 공이 걸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게 실력 탓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회전이 안 걸리니까 몸으로 더 세게 감으려 하고, 그러다 자세가 무너집니다. 장비 문제를 실력 문제로 오해하는 겁니다.
완성형 라켓도 사정은 같습니다. 이미 붙어 있는 러버가 닳으면 그것도 새로 붙여야 해요. "한 번 사면 끝"인 물건은 없습니다.
규정 숫자는 두 개만 알면 됩니다
대회에 나갈 생각이 있으면 국제탁구연맹 규정을 봐야 하는데, 실제로 걸리는 항목은 몇 개 안 됩니다.
두께부터. 스펀지가 들어간 샌드위치 러버는 접착제를 포함해 4mm 이하여야 합니다. 스펀지 없이 돌기만 밖으로 향한 러버는 2mm 이하고요. 시중에 흔한 평면 러버는 대부분 샌드위치 구조라 4mm 쪽입니다. 상세페이지에 스펀지 두께가 1.9mm, 2.1mm 식으로 적혀 있는데, 그건 스펀지만의 두께이지 총 두께가 아닙니다.
색은 규정이 바뀐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예전에는 한 면이 빨강, 다른 면이 검정으로 고정이었어요. 2019년 총회에서 핑크·바이올렛·그린·블루가 추가됐습니다. 지금은 한 면을 검정으로 두면 반대쪽은 빨강 말고 저 네 가지 중에서도 고를 수 있습니다.
양면이 같은 색이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상대가 어느 면으로 쳤는지 봐야 회전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규정이 색을 강제하는 건 멋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성립하기 위해서입니다.
완성형을 사도 되는 경우
여기까지 읽으시면 조립형이 정답처럼 보이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 년에 몇 번, 회사 휴게실이나 펜션에서 치는 정도라면 완성형으로 충분합니다. 러버가 닳을 만큼 칠 일이 없거든요. 이 경우엔 라켓 두 개와 공이 들어 있는 세트가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갈리는 지점은 주 1회 이상 꾸준히 치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때부터 러버 성능 차이가 손에 느껴지고, 닳는 속도도 체감됩니다. 처음부터 비싼 걸 살 필요는 없어요. 완성형으로 시작해 보고, 계속 칠 것 같으면 그때 블레이드와 러버를 따로 맞추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탁구라켓은 얼마짜리부터 사면 될까요
입문용 완성형은 2~5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조립형으로 가면 블레이드와 러버 두 장을 합쳐 10만원 안팎부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상급자용 러버를 쓰면 공이 튀어 오히려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러버는 직접 붙일 수 있나요
전용 접착제로 가능하지만 처음에는 용품점에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기포가 들어가거나 가장자리가 뜨면 타구감이 달라집니다. 붙인 뒤 라켓 모양에 맞춰 잘라 내는 작업도 손에 익어야 합니다.
셰이크핸드와 펜홀더 중 뭘 골라야 하나요
요즘 국내 동호인과 선수 대다수는 양면을 쓰는 셰이크핸드입니다. 배울 사람이나 함께 칠 사람이 많은 쪽이 정보를 얻기 쉽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셰이크핸드로 시작하세요.
스펀지 두께는 얇은 게 좋나요 두꺼운 게 좋나요
두꺼울수록 반발이 커지고 회전을 걸기 좋지만 컨트롤은 어려워집니다. 얇으면 반대고요. 입문 단계에서는 중간 정도를 쓰다가 자기 스타일이 잡히면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라켓을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 쓰나요
러버 표면은 공기와 빛에 닿으면 서서히 굳습니다. 보호 필름을 붙여 케이스에 넣어 두세요. 차 안처럼 온도가 크게 오르는 곳에 두는 건 피하시고요.
탁구는 장비값이 크게 드는 종목이 아닙니다. 다만 어디에 돈이 들어가는지 모르면 엉뚱한 데 쓰게 됩니다. 블레이드를 한참 고르다가 러버를 아무거나 붙이는 게 흔한 실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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