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세탁기 자리 앞에서 줄자를 폅니다. 폭 60cm. 여기 들어가는 것 중에 고르면 되겠다 싶고, 사실 마음속 결론은 이미 나 있습니다.
"작은 건데 뭘 사든 비슷하겠지."
2014년에 나온 미니세탁기 비교시험 결과를 보면 그 생각이 조금 흔들립니다. 같은 표준코스를 한 번 돌리는 데 쓰인 물이 두 배 넘게 갈렸거든요.
먼저 결론부터
- 2014년 시험에서 표준코스 물 사용량은 드럼 26.9~31.3L, 통돌이(전자동) 68.1~78.2L였습니다
- 같은 시험의 연간 에너지비용은 냉수 1,000~2,000원, 온수 17,000~28,000원 — 기계보다 온수 여부가 컸습니다
- 효율 표시가 "1kg당 소비전력량"에서 "1회 세탁 시 소비전력량"으로 바뀌었고, 1등급 비중은 29.2%에서 7.8%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물이 두 배 넘게 갈렸습니다, 2014년 시험에서
한국소비자연맹이 2014년 12월 9일 발표한 미니세탁기 비교시험입니다. 대상은 6개 제품. 드럼 2개, 전기세탁기 4개였습니다.
이때 전기세탁기로 묶인 4개가 흔히 통돌이라고 부르는 전자동 쪽입니다.
냉수로 표준코스를 돌렸을 때 드럼은 26.9~31.3L를 썼습니다. 통돌이 쪽은 68.1~78.2L. 가장 적게 쓴 쪽과 가장 많이 쓴 쪽은 세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먼저 못을 하나 박아 두겠습니다. 이건 12년 전 시험 결과입니다. 그때 그 6개 제품의 숫자이지, 지금 매장에 걸린 제품의 성능이 아닙니다.
12년 지난 숫자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시험은 "소형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전제가 깨진 사례로 남았습니다.
크기가 작다고 차이까지 작아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게 이 표에서 가져갈 한 줄입니다.
소형세탁기를 고를 때 폭과 용량만 재고 끝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드럼이냐 통돌이냐가 먼저 갈리고, 물과 전기가 그 뒤를 따라옵니다.
요금을 가른 건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험의 연간 에너지비용을 보면 이야기가 한 번 꺾입니다. 냉수를 쓰면 약 1,000~2,000원. 온수를 쓰면 17,000~28,000원이었습니다.
드럼이냐 통돌이냐를 그렇게 고민했는데, 요금 자릿수를 바꾼 건 기계가 아니라 설정이었습니다. 물을 데우느냐 마느냐.
세탁 이야기에 자주 붙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삶아야 깨끗하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문장에는 요금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온수는 95℃까지 올라갑니다. 그 온도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가, 시험에서는 세탁기 사이의 차이보다 크게 작동한 셈입니다.
정리하면 질문이 둘로 쪼개집니다. 물을 얼마나 쓸 것인가. 그 물을 데울 것인가. 앞의 질문에는 기계가 답하고, 뒤의 질문에는 쓰는 사람이 답합니다.
표시가 바뀌었고, 표시대로가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기세탁기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표시 대상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 기준으로 KS C 9608에 따른 표준세탁용량 2kg 이상 25kg 이하 제품이 여기 들어갑니다.
기존 지표는 1kg당 소비전력량이었습니다. 표준코스 1회 세탁이 가능한 표준세탁용량에 쓰인 전기에너지사용량의 비, 단위는 Wh/kg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등급 기준을 상향하면서 표시 방식도 바꿨습니다. 1kg당 소비전력량에서 1회 세탁 시 소비전력량으로.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1등급 제품 비중이 29.2%에서 7.8%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1등급 스티커를 찾는 일이 예전보다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표시를 그대로 믿기 어려웠던 사례도 2014년 시험에 있었습니다. 표시된 세탁시간이 37분인데 실제로는 29분이었던 드럼 제품이 있었고요.
6개 중 3개는 표시보다 높은 소비전력량과 CO₂를 보였습니다. 통돌이 1대는 헹굼비가 0.98로 기준인 1.0에 못 미쳐 에너지 등급을 매기지 못했습니다.
제품명을 굳이 적지 않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12년 전 그 모델 이야기이고, 지금 그 브랜드가 파는 물건과는 다르니까요.
남는 교훈만 가져가면 됩니다. 표시는 확인하는 것이지 믿는 것이 아닙니다.
저라면 이 순서로 정하겠습니다
저라면 매장에 가기 전에 제 세탁 습관부터 적어 보겠습니다. 지난 한 달에 온수 코스를 몇 번 돌렸는지.
온수를 자주 쓰는 쪽이라면 저는 기계 종류보다 온수를 쓰는 횟수를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시험에서 간격이 가장 크게 벌어진 지점이 거기였으니까요.
물값을 따로 내지 않는 집이라면 물 사용량 차이는 체감이 작습니다. 매달 청구서에 물값이 찍히는 집이라면 그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겁니다.
고르는 자리에서 챙길 것도 있습니다. 2014년 발표에 함께 실린 소비자 조언은 세 가지였습니다.
드럼에는 드럼 전용 세제를 쓸 것. 표시 용량 말고 실제 드럼 크기를 확인할 것. 표시된 소비 데이터를 확인할 것.
드럼이냐 통돌이냐는 정했다고 칩시다. 이제 그 세탁기가 들어갈 자리의 폭과 배수 위치를 아직 안 쟀다는 게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소형세탁기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표시 대상인가요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 기준으로 KS C 9608에 따른 표준세탁용량 2kg 이상 25kg 이하의 와권식·교반식 자동세탁기와 전자동 세탁기가 대상입니다. 전동기와 세탁조를 일체로 한 제품이 해당합니다.
드럼이 물을 덜 쓰면 전기요금도 덜 나오나요
2014년 시험 결과로는 연간 에너지비용이 냉수 사용 시 약 1,000~2,000원, 온수 사용 시 17,000~28,000원이었습니다. 기계 종류보다 온수를 쓰느냐가 더 크게 갈랐다는 뜻입니다.
1등급 제품 찾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던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세탁기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기준을 상향하고, 표시 방식도 1kg당 소비전력량에서 1회 세탁 시 소비전력량으로 바꿨습니다.
1등급 제품 비중은 29.2%에서 7.8%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표시 용량만 보고 골라도 되나요
2014년 발표에서는 표시 용량 외에 실제 드럼 크기를 확인하고, 표시된 소비 데이터도 확인하라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당시 시험에서 표시 세탁시간 37분이 실제 29분으로 측정된 제품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