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활옥동굴이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동굴 피서를 찾는 사람이 늘었거든요.
그런데 동굴에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춥다는 거예요. 반팔 하나 입고 들어갔다가 30분 만에 나왔다는 후기가 흔합니다.
밖은 35도인데 안은 13도입니다
활옥동굴은 연중 11~15도를 유지합니다. 정선 화암동굴은 14도 안팎이고요. 계절과 상관없이 그 온도예요. 바깥이 35도까지 오르는 날이면 온도차가 20도를 넘습니다.
이 정도면 초겨울 아침에 반팔로 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동굴 안은 습도가 높고 바닥에서 물이 배어 나오는 곳이 많아요. 활옥동굴처럼 카약을 타는 코스가 있으면 물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체온이 더 빨리 떨어집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겉옷 한 장입니다. 그런데 여름에 들고 다닐 겉옷을 고르려고 검색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죄다 방수 등급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여름 바람막이에 방수 등급이 필요 없는 이유
바람막이 상세페이지를 보면 내수압 10,000mm 같은 숫자가 큼직하게 붙어 있습니다. 등산 자켓 스펙을 그대로 가져온 표기예요.
여름에 그 숫자를 쫓으면 곤란해집니다. 방수 성능을 올리는 방법이 원단에 필름이나 코팅 막을 씌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이 못 들어오게 막으면, 안에서 나가려는 땀도 같이 막힙니다. 이 둘은 같은 구멍을 놓고 싸우는 관계예요.
겨울 등산이라면 그 교환이 남는 장사입니다. 비에 젖으면 체온을 잃으니까요. 여름 동굴 나들이는 사정이 다릅니다. 비를 맞을 일보다 땀 흘릴 일이 훨씬 많거든요. 동굴 입구까지 걸어 올라가는 동안 이미 등이 젖습니다.
방수막이 두꺼운 옷을 그 상태로 입으면 안에서 습기가 갇힙니다. 젖은 옷은 마른 옷보다 체온을 훨씬 빨리 뺏어 가고요. 추위를 막으려고 입은 옷이 오히려 몸을 식히는 셈입니다.
여름용으로는 방풍만 되고 통기가 살아 있는 얇은 나일론 쪽이 맞습니다. 사무실 에어컨 아래나 냉방이 센 카페, 비행기 좌석에서 쓰는 용도도 같습니다.
숫자는 두 개만 알면 됩니다
상세페이지에 나오는 숫자 중 실제로 뜻이 있는 건 둘입니다.
- 내수압(mm) — 원단이 견디는 물의 압력. 10,000mm면 단면 1cm 기둥에 물을 10m 높이로 채운 압력까지 버틴다는 뜻입니다
- 투습도(g/㎡/24h) — 하루 동안 1제곱미터가 밖으로 내보내는 수증기의 양. 10,000이면 24시간에 10kg입니다
둘 다 클수록 좋아 보이지만 함께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품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뒀는지가 갈립니다. 내수압은 아주 높은데 투습도는 중간쯤인 원단이 있고, 둘을 비슷하게 맞춘 원단도 있어요.
여름에 동굴이나 실내 냉방 대비로 쓸 거라면 투습도 쪽을 보세요. 내수압은 소나기를 잠깐 피할 정도, 그러니까 낮은 값이어도 충분합니다. 애초에 폭우 예보가 있는 날엔 우산을 챙기지 얇은 바람막이에 기대지 않으니까요.
안감이 전체를 덮고 있으면 통기가 죽습니다
원단 스펙만큼 중요한데 잘 안 보는 게 안감입니다.
겨울옷처럼 안감이 안쪽 전체를 덮고 있으면, 겉감이 아무리 통기가 좋아도 그 성능이 안 나옵니다. 공기가 지나갈 길을 한 겹 더 막아 놓은 거니까요. 목 부분이나 어깨에만 안감을 댄 반안감 제품, 혹은 등판에 메쉬가 들어간 제품이 여름용으로는 낫습니다.
접었을 때 부피도 보세요. 동굴 안에서만 잠깐 입고 나오면 벗어서 들고 다녀야 하는데, 자체 주머니에 말아 넣을 수 있는 형태면 가방 자리를 훨씬 덜 차지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동굴 갈 때 긴팔 티셔츠로는 부족한가요
기온만 보면 긴팔로도 견딜 수 있지만, 동굴은 습도가 높아 체감이 더 서늘합니다. 바람을 막아 주는 겉옷 한 겹이 있는 쪽이 확실히 편합니다.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간다면 더 그렇습니다.
여름 바람막이는 자외선 차단도 되나요
UPF 표기가 있는 제품이면 됩니다. 다만 색이 진하다고 차단이 잘 되는 건 아니라서, 표기와 원단 구조를 보시는 게 맞습니다. 통기와 자외선 차단을 함께 원하면 UPF 표시가 있는 얇은 나일론 쪽을 찾으세요.
사이즈는 평소대로 사면 되나요
안에 옷을 겹쳐 입을 일이 여름엔 거의 없어서 평소 사이즈로 충분합니다. 다만 배낭을 메고 그 위에 걸치는 상황이 잦다면 한 치수 여유가 편합니다.
세탁하면 기능이 떨어지나요
겉면의 발수 처리는 세탁과 마찰로 서서히 약해집니다.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발수 스프레이로 되살릴 수 있고요. 방풍과 통기 자체는 원단 구조라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동굴 하나 가자고 등산복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건 20도 넘는 온도차를 잠깐 막아 줄 얇은 한 겹이에요. 그 기준으로 보면 살 물건이 꽤 단순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