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진로 결정 원리 | 태풍은 스스로 방향을 못 정합니다
뉴스에서 태풍 진로도를 보다가 혼잣말이 나옵니다. "얘는 왜 저리로 가지." 화면 속 하얀 소용돌이는 어딘가를 향해 스스로 걸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 태풍은 지향류에 실려 갑니다. 방향을 스스로 고르지 않습니다
- 예보에서 먼저 볼 것은 태풍이 아니라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입니다
- 나머지 둘은 북위 20~30도 전향 구간의 통과 여부, 그리고 강풍반경입니다
태풍이 움직이는 힘은 태풍 안에 없습니다
태풍을 옮기는 것은 그 지역에 이미 불고 있는 대규모 바람입니다. 이 흐름을 지향류라고 부릅니다. 강물 위에 띄운 나뭇잎에 가깝습니다.
나뭇잎이 아무리 빠르게 제자리를 돌아도 물길을 거스르지는 못하죠. 태풍도 같습니다. 소용돌이 자체는 격렬한데, 어디로 갈지는 바깥이 정합니다.
그래서 예보를 볼 때 태풍만 쳐다보면 답이 안 나옵니다. 봐야 할 건 태풍을 밀고 있는 쪽입니다. 순서가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세 가지뿐입니다.
첫째,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어디까지 내려와 있는가
여름철 지향류를 만드는 주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태풍은 이 고기압을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두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합니다.
두 소용돌이가 도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시계 방향, 태풍은 반시계 방향. 맞닿은 면에서는 두 흐름이 같은 쪽을 향하게 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비유가 톱니바퀴입니다. 반대로 도는 두 바퀴가 맞물려 태풍의 북상을 견인하고, 그 위에서 편서풍이 다시 밀어 올립니다.
고기압이 강해서 서쪽으로 넓게 뻗으면 가장자리도 그만큼 아래로 내려갑니다. 태풍이 돌아가는 길도 함께 내려갑니다. 길이 먼저 그려지고 태풍이 나중에 지나가는 셈입니다.
2026년 8월 들어 동북아에서 태풍 세 개가 동시에 활동했습니다. 페이로우 16호, 돌핀 13호, 찬홈 15호였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세 개 모두 한반도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찬홈은 일본 방향, 돌핀은 중국 남부 방향이었고요.
셋이 서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각자의 성질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때 고기압이 놓인 자리가 그런 배치였다는 뜻입니다.
둘째, 북위 20도에서 30도 사이를 지났는가
태풍은 대개 저위도에서 만들어져 무역풍을 타고 서쪽이나 서북서쪽으로 갑니다. 발달기 내내 이 방향입니다.
북위 20도에서 30도 사이에 들어서면 편서풍의 영향권입니다. 진로가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꺾입니다. 이 꺾임을 전향이라고 합니다.
예보 문장은 "태풍이 진로를 바꾼다"고 씁니다. 읽다 보면 태풍이 마음을 바꿔 먹은 그림이 떠오르죠. 바꾸는 게 아니라 밀려서 꺾이는 겁니다.
전향이 일어나는 위도는 달마다 다릅니다. 5~6월은 북위 20도 부근, 7~8월은 30도 부근, 10월에는 다시 22도 부근으로 내려옵니다.
이 숫자가 쓸모 있는 이유는 지도에서 그냥 눈으로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태풍이 그 띠의 아래에 있는지 위에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전향을 지나면 속도가 붙습니다. 여름에는 보통 시속 35~40킬로미터. 가을에는 제트기류를 타고 드물게 시속 80킬로미터를 넘기도 합니다. 두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예보 지도에서 시간별 예상 위치의 간격이 갑자기 벌어졌다면, 태풍이 세졌다는 뜻이 아니라 빨라졌다는 뜻입니다.
진로를 정하는 요인은 이 밖에도 더 있습니다. 태풍 자체의 원심력 같은 소용돌이 특성, 저기압끼리 끌어당기는 흡인, 이웃한 태풍끼리 영향을 주고받는 후지와라 효과까지.
그쪽은 예보관이 계산으로 다루는 몫입니다. 화면 앞에서 확인 가능한 건 앞의 둘, 그리고 남은 하나입니다.
셋째, 강풍반경 — "대형 태풍"은 지금 공식 표기가 아닙니다
"이번엔 대형 태풍이래." 여름마다 들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상청 태풍통보문에서 이 표현을 찾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태풍 크기는 원래 풍속 15m/s 이상이 부는 반경으로 나눴습니다. 300킬로미터 미만은 소형, 300~500은 중형, 500~800은 대형, 800 이상이면 초대형입니다.
한국 기상청은 2020년부터 이 분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강풍반경을 숫자 그대로 냅니다. "대형"이라는 등급 자리에 "강풍반경 몇 킬로미터"가 들어온 것이죠.
등급이 없어져 허전해 보여도 정보는 늘었습니다. 310킬로미터와 490킬로미터는 똑같이 중형이지만, 그 둘이 같은 태풍일 리가 없으니까요.
강도 쪽 경계도 숫자 하나입니다. 최대풍속 17.2m/s 미만이면 열대저압부, 그 이상이면 태풍. 소수점 한 자리까지 붙은 이 값이 이름을 가릅니다.
저라면 예보 화면을 열었을 때 진로선을 먼저 보지 않겠습니다. 고기압 경계가 어디까지 내려와 있는지, 태풍이 전향 위도의 아래인지 위인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이 강풍반경 숫자입니다. 진로선은 이 셋이 만들어 낸 결과로 그어진 선입니다. 결과부터 보면 왜 저리로 가는지가 끝까지 안 보입니다.
태풍을 미는 쪽이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면, 태풍이 없는 날의 그 고기압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한여름 내내 한반도 위에 눌러앉아 폭염을 만드는 게 같은 고기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태풍은 왜 대부분 북쪽으로 올라오나요?
저위도에서는 무역풍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북위 20~30도 부근에서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북쪽이나 북동쪽으로 꺾이기 때문입니다.
전향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서쪽이나 서북서쪽으로 가던 태풍이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그 지점의 위도는 달마다 달라서 5~6월에는 북위 20도, 7~8월에는 30도, 10월에는 22도 부근입니다.
"대형 태풍"이라는 말은 왜 예보에 안 나오나요?
한국 기상청이 2020년부터 소형·중형·대형·초대형 분류 대신 강풍반경을 숫자로 제공하고 있어서입니다. 지금 공식 표기는 등급이 아니라 반경 값입니다.
열대저압부와 태풍은 뭐가 다른가요?
최대풍속이 기준입니다. 17.2m/s 미만이면 열대저압부, 그 이상이면 태풍으로 부릅니다. 구조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풍속 한 값을 경계로 이름이 바뀝니다.
출처
함께 보면 좋은 글
오마이드립 앱을 이용한 분쇄도 측정 가이드
댓글
댓글 쓰기